교체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도 되지 않아 경기의 온도를 완전히 바꿨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윤수정이 북한과의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후반 시작 48초 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이 꺼낸 첫 변화가 곧바로 적중한 순간이었다.

장면은 빠르고 간결했다. 최유리가 수비 사이로 찔러준 패스를 윤수정이 페널티 지역 안으로 파고들며 잡았고, 골키퍼와 마주한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윤수정은 경기 뒤 최유리의 정확한 패스와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지만, 공간을 읽고 순간적으로 침투한 움직임과 침착한 마무리는 스스로 만든 결과였다.

이 한 골의 무게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북한과의 국가대표 맞대결에서 열세가 뚜렷했고, 상대 자책골을 제외하면 2017년 아시안컵 예선 이후 9년 만에 북한 골문을 열었다. 경기는 1-1로 끝나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승점 7을 기록했다. 한국은 골 득실에서 밀려 F조 2위가 됐지만, 조별리그를 2승 1무로 마치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윤수정의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연령별 대표팀 경력 없이 2024년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번외 지명을 받았고, 지난해 수원FC 위민으로 옮긴 뒤에도 처음부터 주목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5월 아시아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스피드와 돌파를 보여준 뒤 6월 성인 대표팀에 처음 뽑혔다. 대만과의 두 번째 A매치에서는 멀티골을 넣었고, 국가대표 다섯 번째 경기에서는 아시안게임 남북전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윤수정은 자신을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짧은 대표팀 경력만 놓고 보면 아직 신예지만, 필요한 순간에 속도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방식은 이미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은 25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48초 만에 흐름을 뒤집은 이 교체 카드가 토너먼트에서도 다시 반짝일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