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확정되자 홍유순은 동료들을 끌어안고 자신이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4세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자란 스물한 살 선수가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일본 무대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른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농구는 26일 나고야에서 열린 결승에서 일본의 거센 추격을 75-70으로 따돌리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되찾았다.
홍유순의 결승 기록만 보면 2분 출전과 도움 1개가 전부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과의 준결승을 포함해 5경기에서 평균 5.4점과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대표팀의 골밑과 활동량을 보탰다. 출전 시간이 짧아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그는 대회에 뽑힌 것만으로 감사하고, 벤치에서 응원하는 순간도 기뻤다고 답했다. 개인 기록보다 팀의 금메달을 앞세운 말이었다.
이 장면이 더 특별한 이유는 그가 내린 선택에 있다. 홍유순은 오사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현지 대학에 진학했지만, 자신의 국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학을 떠나 한국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2024~2025시즌 W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고, 첫 시즌 신인상까지 받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한 지 오래되지 않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 금메달까지 품은 셈이다.
대회 기간에는 코트 밖에서도 존재감이 있었다. 일본어가 익숙한 그는 회식이나 호텔에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 팀의 작은 통역사 역할을 했다. 경기장에는 어머니와 친구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딸의 기쁜 표정을 봐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늘 경기를 지켜보고, 한국에 간 뒤에도 힘을 준 가족 앞이라 기쁨은 더 컸다.
홍유순은 이제 축하를 오래 누릴 틈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 대표팀 생활을 통해 협력 수비를 배웠고, 한국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도 분명히 했다. 일본에서 시작한 농구가 한국 프로리그를 거쳐 다시 일본의 금빛 무대로 이어졌다. 결승의 짧은 2분보다 더 선명하게 남은 것은, 멀리 돌아온 코트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대답한 한마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