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결정한 한 방의 주인공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자랑이 아니었다. 김도영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한국을 다시 앞세운 결승타를 친 뒤에도 이번 대회가 ‘찝찝하다’고 했다. 마지막 순간 영웅이 됐지만, 자신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앞선 타석들을 더 오래 바라본 셈이다.

승부처는 1-1로 맞선 8회초였다. 김지찬의 2루타와 조형우의 희생번트, 김주원의 볼넷으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주루 과정에서 한 명이 잡히며 2사 1·3루가 됐다. 타석에 선 김도영은 일본 투수 곤도 가즈키의 공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타구는 3루수 글러브에 막히지 않고 내야 안타가 됐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어 문보경의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점수는 3-1로 벌어졌다. 한국 야구가 자주 극적인 장면을 만들었던 ‘약속의 8회’가 결승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 한 타석이 더 선명했던 건 김도영의 대회가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번트 타구에 얼굴을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수술 뒤 빠르게 복귀해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대회에서는 24타수 6안타로 타율 0.250을 기록했다. 4타점과 5득점을 올렸어도 KBO리그에서 홈런 40개를 치며 선두를 달리던 타자에게는 만족하기 어려운 숫자였다.

김도영은 결승타를 치기 전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고 돌아봤다. 결과가 나와 ‘생명이 연장된 것 같다’고 표현할 만큼 부담이 컸다. 팬들의 응원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했다. 금메달의 기쁨과 개인적인 아쉬움을 억지로 하나로 섞지 않은 솔직한 소감이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5로 졌던 아픔을 결승에서 되갚고 아시안게임 5연패를 완성했다. 김도영에게는 화려한 마침표라기보다 다음 출발선에 가까운 금메달이었다. 가장 필요한 순간 팀을 구한 타자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장면은, 이번 우승의 환호만큼 오래 남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