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스코어는 42-43. 마지막 한 점에서 금메달은 멀어졌지만, 8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로 돌아온 박상영이 경기 뒤 꺼낸 말은 자신의 아쉬움보다 후배들의 다음 무대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동생들과 호흡을 맞춰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싶다며, 선수가 아니어도 조력자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6 리우 올림픽의 ‘할 수 있다’로 기억되는 선수가 이제는 팀이 다시 갈 수 있는 길을 먼저 이야기한 것이다.

박상영, 장효민, 남연호, 권오민이 나선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27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카자흐스탄과 연장까지 갔다. 8라운드 종료 때 36-34로 앞섰지만 9라운드에서 42-42 동점을 허용했고, 한 점을 먼저 내면 끝나는 연장전에서 7초 만에 실점했다. 준결승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꺾으며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기에 눈앞에서 놓친 정상은 더 아팠다.

이번 은메달은 박상영에게 단순한 복귀 메달이 아니다. 그는 크고 작은 부상과 대표 선발 탈락을 지나 도쿄 올림픽 이후 5년 만에 국제 종합대회로 돌아왔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개인전도 16강에서 멈췄다. 그럼에도 단체전에서는 맏형으로 후배들과 시상대에 섰다. 박상영은 재기에 성공하는 과정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도전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패배 직후 후배들에게 건넨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매우 아프겠지만 이번 결승이 너무 나쁜 기억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최근 국제 경쟁에서 주춤했던 한국 남자 에페가 세계 강호 일본을 넘고 카자흐스탄과 한 점 차 승부를 벌였다는 사실은 분명 반등의 신호다. 은메달보다 오래 남을 장면은 어쩌면 여기다. 화려한 개인의 귀환보다 다음 세대가 더 많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맏형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