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운영에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24일 나고야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다른 국제대회와 비교해 등급을 매겨 달라는 질문에 “ABC 등급을 매기자면 F급”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현장이 불편하다는 평가가 아니었다. 숙소와 수송 배차, 훈련 환경 문제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단의 준비 루틴을 흔드는 일이 잇따랐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결승전 당일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예정된 훈련을 하지 못했고,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과 야구대표팀도 훈련·수송 지원 차질을 겪었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 다른 참가국에서도 불만이 나왔고 일본 현지 매체까지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 유 회장은 초반보다 나아진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같은 문제가 계속된다면 “심각한 무능”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 표기와 의전에서도 황당한 장면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소개하거나 한국 경기에서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재생된 사례가 발생했다. 유 회장은 이런 돌발 상황을 모두 사전에 막기 어렵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고 정확하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분위기가 번지는 것을 우려해 그동안 말을 아꼈지만,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준이라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결과로 버텼다. 남자 농구대표팀은 훈련이 취소되는 악조건을 딛고 결승에서 일본을 꺾어 우승했다. 유 회장은 이를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테크볼 등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었던 종목의 성과도 언급하며 현재 5개인 전략 종목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대회 초반 메달 흐름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지만 금메달 40~45개 목표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시설 불편을 넘어 공정한 경기 준비의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버스 한 대와 한 번의 훈련은 작아 보여도 선수에게는 몸 상태와 전술을 맞추는 마지막 시간이다. 이제 관건은 조직위원회가 남은 일정에서 반복되는 배차와 훈련 지원 문제를 실제로 줄일 수 있느냐다. 메달 숫자만큼이나 선수들이 제시간에 이동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본 운영이 대회의 평가를 좌우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