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기다린 도약은 짧았고, 착지는 단단했다. 여서정이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평균 14.483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10번째 금메달이자 체조 대표팀이 따낸 첫 메달이다.

결선에 오른 8명 가운데 여서정의 연기는 한 단계 또렷했다. 1차 시기에는 난도 5.4점의 ‘여2’를 꺼냈고, 2차 시기에는 난도를 5.0점으로 조절해 착지 완성도를 챙겼다. 도마를 힘차게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트는 여2는 아버지 여홍철이 만든 기술이다. 높은 비약과 흔들림을 줄인 착지가 이어지면서 여서정은 결선에서 유일하게 14점대 평균을 기록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 북한 안창옥은 2차 시기 착지 뒤 왼쪽 다리가 매트 밖으로 나가 0.3점 감점을 받았다. 안창옥의 최종 평균은 13.666점이었다. 예선을 1위로 통과했던 여서정은 결선에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완성했다. 항저우 대회에는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 준비 때문에 나서지 않았기에, 이번 금메달은 8년 만의 정상 복귀라는 의미도 더했다.

가족의 기록도 특별해졌다. 여홍철은 1994 히로시마와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 도마에서 2연패했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여서정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에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이제 아버지와 똑같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두 개를 나눠 가진 셈이다.

전날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이 4위에 그쳐 시상대를 놓친 뒤라 이번 금빛 착지는 더 강하게 남는다. 단체전의 아쉬움을 하루 만에 개인 종목 정상으로 바꾼 여서정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기술로 다시 한번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8년 전 챔피언이 여전히 아시아 도마의 기준임을 보여준 한 번의 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