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차는 1.466점이었고, 그보다 더 또렷하게 남은 장면은 침묵이었다. 한국과 북한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23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선을 같은 조에서 치렀다. 이단평행봉부터 평균대, 마루운동, 도마까지 네 종목을 함께 돌았지만 선수들 사이에 가벼운 인사나 대화는 없었다.

한국은 예선 4위, 북한은 3위였다. 예선 순위가 붙어 있는 두 팀씩 묶는 규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같은 조가 됐다. 국제대회에서는 다음 연기를 기다리며 선수들이 짧게 말을 섞는 모습도 종종 보이지만, 이날 남북 선수들은 각자의 루틴에만 집중했다. 경기 뒤 주장 여서정은 북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윤서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일이 커질 수 있어 서로 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연미는 한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긴장하지 않았고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경기 이야기만 남겼다. 친근함도 적대감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같은 기구를 쓰고도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거리를 둔 셈이다. 남북 대결이 경기 내용뿐 아니라 선수들의 짧은 몸짓과 시선까지 주목받는 현실이 고스란히 비쳤다.

승부는 마지막 종목까지 이어졌다. 북한은 네 종목 합계 158.329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고, 한국은 156.863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2006 도하 대회 이후 20년 만의 여자 단체전 메달을 노렸지만 문턱에서 멈췄다. 도마에서는 여서정이 14.133점으로 출전자 전체 1위에 올랐어도 앞선 종목에서 벌어진 차이를 모두 뒤집지는 못했다.

단체전은 끝났지만 개인 종목의 승부는 남아 있다. 여서정은 24일 도마와 25일 마루운동 결선에 나서고, 이윤서는 이단평행봉, 황서현은 평균대 결선을 준비한다. 같은 조에서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던 여서정과 안창옥도 도마 결선에서 다시 메달을 다툰다. 단체전의 1.466점과 조용했던 몇 시간이 개인전에서는 어떤 긴장으로 이어질지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