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의 첫인상을 만든 얼굴은 주연 손예진보다 먼저 등장한 신소현이었다. 신소현은 조씨부인의 어린 시절인 조윤을 연기하며,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뜻을 펼치기 어려웠던 인물의 답답함을 짧고 선명하게 보여줬다. 화려한 대사보다 편지를 주고받는 눈빛과 절제된 표정으로 조윤과 조원의 오래된 인연을 설명한 장면이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

더 흥미로운 건 신소현이 손예진의 과거를 연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2022년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도 손예진이 맡은 차미조의 어린 시절로 등장했다. 현대극 속 인물의 상처를 잇던 배우가 이번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다시 같은 배우의 시간을 연결한 셈이다. 두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는 전혀 다르지만, 현재의 인물을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거를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캔들’에서 어린 조윤은 자유로운 성품과 재능을 갖췄지만 시대의 벽에 부딪힌다. 신소현은 조원과 서신을 나누며 마음과 지식을 쌓아가는 순간부터, 능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번민까지 극 초반에 압축했다. 이후 손예진이 연기하는 조씨부인의 선택과 욕망을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감정적 밑그림을 먼저 그려준 역할이다. 등장 분량만 놓고 보면 길지 않지만, 이야기의 온도와 두 인물의 관계를 정하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신소현은 2020년 드라마 ‘반의반’으로 데뷔한 뒤 ‘하트가 빛나는 순간’, ‘서른, 아홉’, ‘최악의 악’ 등을 거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또렷한 인상을 남기되 장면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표현이 이번 사극의 단정한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 낯선 신예를 발견하는 재미가 큰 작품이라면, 신소현은 첫 회부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낸 셈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스캔들’은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 그리고 두 사람의 위험한 내기에 얽힌 희연의 이야기를 다룬 8부작 시리즈다.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중심을 잡는 가운데 신소현은 이야기의 시작을 책임졌다. 두 번이나 손예진의 어린 시절을 맡은 인연이 다음에는 어떤 독립적인 주연 캐릭터로 이어질지, 신소현의 다음 행보를 눈여겨볼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