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확정된 뒤 선샤오위가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은 시상대보다 팬 미팅이었다. 홍콩 우슈 대표 선샤오위는 엑소 카이의 계정을 태그하며 “나 진짜 아시안게임 금메달 땄어”라고 알렸다. 과거 팬 미팅에서 카이가 머리 위로 왕관 모양을 만들며 “금메달 딸 수 있어?”라고 묻자, 선샤오위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가벼운 팬과 스타의 대화처럼 보였던 약속이 실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승부는 약속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선샤오위는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무도관에서 열린 우슈 투로 여자 장권 결선에서 9.713점을 받았다. 9.710점을 기록한 마카오의 쑤추원을 단 0.003점 차로 제쳤다. 이번 대회 홍콩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었고, 홍콩이 아시안게임 우슈에서 정상에 오른 것도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6년 만이었다.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나선 베테랑이 개회식 기수까지 맡은 뒤 가장 빛나는 결과를 꺼냈다.
경기복에도 오랜 팬심이 숨어 있었다. 짙은 색 경기복을 채운 육각형 무늬는 엑소를 상징하는 도형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엑소를 좋아한 선샤오위는 엑소처럼 무대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기 뒤 한글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라고 남기고,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앙코르 콘서트에서 만나자는 인사도 덧붙였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건 단순히 유명 가수의 팬이 메달을 땄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 건넨 짧은 응원이 긴 훈련을 버티게 하는 개인적인 목표가 됐고, 그 목표가 0.003점 차 승부에서 현실이 됐다. 관중 앞에서 왕관을 약속받았던 팬은 이제 실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자신이 한 말을 증명했다. 선샤오위의 우승은 스포츠와 K팝이 만난 화제성보다도, 오래 품은 동경을 자기 무대의 성취로 바꾼 과정 때문에 더 오래 기억될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