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스캔들’을 켠 뒤 TV 설정부터 확인했다면 기기 고장이 아니다. 손예진·지창욱·나나가 이끄는 이 8부작 시리즈는 현재 장면과 과거 회상을 나누기 위해 화면의 모양 자체를 바꾼다. 평소에는 극장 영화처럼 가로로 넓게 펼쳐지다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좌우가 좁아지고 인물이 세로로 길어 보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익숙한 검은 띠보다 변화 폭이 커서 연출의 뜻을 알기 전에 ‘왜 화면이 늘어났지?’라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보도에 따르면 일반 장면은 2.39대 1에 가까운 와이드 화면, 과거 장면은 약 2대 1 비율로 구성됐다. 단순히 색을 바래게 하거나 자막으로 ‘몇 년 전’이라고 알리는 대신 프레임을 시간의 표지판으로 쓴 셈이다. 조씨부인과 조원의 어린 시절이 현재의 위험한 사랑 내기로 이어지는 작품인 만큼, 과거가 시작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분리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다만 첫 장면부터 규칙을 설명하지 않고 비율이 달라지니 시청자가 서사보다 재생 설정을 먼저 살피게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낯선 장치가 더 눈에 띄는 건 작품 자체가 공개 직후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공식 페이지는 ‘스캔들’을 조선시대의 억압과 금기 속에서 조씨부인, 조원, 희연이 위험한 내기에 얽히는 청소년 관람불가 로맨스로 소개한다. 공개 첫 주 한국 TV 부문 1위,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7위에 올랐다는 집계도 전해졌다. 많은 시청자가 한꺼번에 같은 장면을 보면서 화면비에 대한 질문도 빠르게 커진 셈이다.
결국 이 연출의 성패는 의도가 있느냐보다 그 의도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읽히느냐에 달렸다. 과거와 현재를 프레임만으로 구분했다는 점은 분명 대담하다. 반대로 등장인물의 얼굴까지 늘어난 듯 보이면 화면이 이야기를 돕기보다 이야기보다 먼저 튀어나올 수 있다. ‘스캔들’을 다시 볼 때는 비율이 바뀌는 순간과 시간대 전환을 함께 살펴보면, 처음엔 오류처럼 보였던 장면이 제작진이 심어둔 시각적 문법이었다는 점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