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해 동안 넘지 못했던 첫판의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박소현은 22일 서울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WTA 250 코리아오픈 단식 1회전에서 로빈 몽고메리를 2-0으로 꺾었다. 점수는 7-6(7-4), 6-3. 2018년 16세의 나이로 이 대회 최연소 데뷔 기록을 쓴 뒤 일곱 번째 출전에서 거둔 첫 본선 승리라 숫자 하나하나의 무게가 남달랐다.
상대의 이름값도 이번 승리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세계 329위 박소현이 만난 몽고메리는 162위이자 올해 리베마오픈 우승자였다. 첫 세트 5-6에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되찾았고, 타이브레이크까지 밀어붙여 먼저 한 세트를 챙겼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초반부터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몽고메리의 포핸드 실수가 늘어난 틈을 놓치지 않았다. WTA 공식 경기 기록에도 박소현의 2-0 승리와 1시간 41분 경기 시간이 확인된다.
승리 뒤 박소현이 꺼낸 비결은 감각보다 집요한 준비였다. 그는 몽고메리가 마리아 사카리와 치른 경기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흘 동안 반복해서 봤다고 했다. 왼손잡이 특유의 와이드 서브, 복식 경험에서 나오는 발리, 자주 선택하는 코스와 실수 패턴까지 정리해 훈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에 옮겼다. 한 번의 이변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음 공을 미리 그려 본 시간이 코트 위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다음 문턱은 세계 62위 란라나 타라루디다. 박소현은 그와 두 번 만나 모두 졌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친구라 서로의 플레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익숙함이 편안함이 아니라 더 치열한 수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8년 만의 첫 승이 한 경기의 기쁨으로 끝날지, 또 한 번의 반전으로 이어질지가 이제 코리아오픈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