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과 은메달을 가른 시간은 0.12초였다. 그런데 박시은의 첫 아시안게임을 더 생생하게 보여준 장면은 시상식 직전 찾아왔다. 선배 한다경이 ‘이거라도 바르고 올라가라’며 립스틱을 건넸지만, 메달을 앞둔 박시은의 손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립스틱을 부러뜨린 그는 “사드려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치열했던 레이스 뒤에야 나온 열아홉 선수다운 한마디였다.

박시은은 24일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평영 200m 결승에서 2분22초69로 은메달을 따냈다. 일본의 가토 고토미가 기록한 2분22초57보다 불과 0.12초 늦었다. 박시은의 기록은 한국 신기록이었고, 혼성 혼계영 400m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이 됐다.

레이스는 마지막까지 순위가 뒤집혔다. 박시은은 첫 50m와 100m 지점을 3위로 통과했지만, 100m부터 150m 사이에 속도를 끌어올려 선두로 턴했다. 당시 2위 가토와의 차이는 0.72초였다. 마지막 50m에서 가토가 따라붙었고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터치패드로 손을 뻗었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지만, 박시은은 전광판을 확인한 뒤 눈물을 쏟았다.

그 눈물에는 아쉬움만 있지 않았다. 박시은은 초등학생 때 2010년 광저우 대회 평영 200m 금메달리스트 정다래의 영상을 보며 이 무대를 꿈꿨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부터 시즌이 끝나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가면서 해방감이 먼저 밀려왔다고도 했다. 부모님은 관중석에서 레이스를 지켜봤고, 수구 골키퍼로 뛰는 동생 박하은에게는 국가대표의 꿈을 먼저 보여준 ‘자랑스러운 누나’가 됐다.

박시은은 초반 페이스가 빠른 경쟁자들을 분석한 뒤 자신의 강점인 막판 뒷심으로 승부하기 위해 지구력 훈련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준비한 전략은 150m 선두라는 장면으로 이어졌고, 비록 메달 색은 은빛이었지만 한국 기록은 분명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시선은 내년 유니버시아드와 LA 올림픽으로 향한다. 0.12초의 아쉬움과 부러진 립스틱은, 다음 무대를 다시 준비하게 만드는 오래 남을 첫 시상식의 기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