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코미디언 박종욱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영상 제목도 ‘공채 개그맨 술집 난동 죄송합니다’였다. 얼핏 보면 문제의 당사자가 올린 사과문 같지만, 몇 마디 뒤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박종욱은 해당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며, 갑자기 쏟아진 확인 전화 때문에 직접 영상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박종욱은 자신을 SBS 공채 16기이자 ‘김그라’ 캐릭터로 활동했던 개그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7일 공개한 영상에서 아침부터 지인들에게 2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고, 사람들이 “혹시 너 아니냐”고 물어 급히 카메라를 켰다고 말했다.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사건을 두고 온라인에서 출신 기수와 활동 이력 등을 조합한 추측이 퍼지면서 엉뚱한 사람이 해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의 대응은 무거운 성명문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이었다. 박종욱은 마포에서 양주를 마실 돈이 없다며, 그 돈이면 남양주 동네에서 친구와 뼈해장국 두 그릇에 소주 세 병을 먹는 편이 낫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깨 탈골 주장이나 술잔 투척 의혹도 자신의 과거와 행동을 빗대 하나씩 부인한 뒤, 난동을 부린 사람은 자신이 아니니 이제 그만 연락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동료 코미디언 이상호가 사건 당일 무엇을 했는지 시간 단위로 밝히라고 농담하자, 박종욱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틱톡 라이브 방송을 했다고 받아쳤다. 사과 영상의 익숙한 형식을 빌리되 내용은 오해를 풀기 위한 패러디로 만든 셈이다. 제목의 긴장감과 말투의 유머가 함께 작동하면서 해명 자체가 하나의 짧은 코미디가 됐다.

앞서 서울 마포구의 한 주점에서 자신을 공채 개그맨이라고 주장한 남성이 폭언과 기물 파손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신원이 공식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이름이 거론됐고, 박종욱도 그 흐름에 휘말렸다. 이번 영상에서 가장 분명한 대목은 웃긴 표현보다 “내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은 단서를 이어 붙인 추측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빠르게 닿는지도 함께 드러났다.

박종욱의 영상이 눈길을 끈 이유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만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향한 오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도 코미디언다운 리듬을 놓치지 않았다. 고개 숙인 첫 장면이 사과처럼 보였다가 곧 해명과 패러디로 바뀌는 반전은, 무분별한 실명 추측을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자연스럽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