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이 사라진 자리에서 박현빈은 멈추는 대신 155km를 걸었다. 그룹 아크(ARrC) 출신인 그는 팀 활동을 마친 뒤 현재 고정 아르바이트 두 개와 물류센터·공사장 일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대 조명과는 거리가 먼 하루지만, 박현빈은 오히려 지금이 살면서 가장 마음 편하고 행복한 때라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 때문이다.
그가 유튜브 채널 ‘광진시티보이’를 열고 처음 남긴 기록도 이 변화와 닿아 있다. 서울에서 충북 제천의 철교까지 약 155km를 걷는 5박 6일 여정이었다. 목적지는 영화 ‘박하사탕’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장소. 열네 살 무렵부터 아이돌을 꿈꾸며 여러 회사를 거쳤고, 2023년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2024년 8월 아크로 데뷔했지만 활동은 1년 10개월 만에 끝났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다 영화 속 “돌아갈래”라는 말이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걷기는 낭만적인 장면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무거운 배낭 탓에 어깨와 허리가 아팠고 첫 이틀에는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사흘째부터는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돌아가겠느냐는 마음으로 발을 옮겼다. 철교에 도착했을 때 거창한 승리감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텅 빈 듯한 감정이었다. 자신과 싸워 이기려는 도전이 아니라, 안에 쌓인 것을 하나씩 덜어내기 위해 시작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 솔직한 기록은 예상 밖의 반응을 얻었다. 도보 영상은 수십만 회 재생됐고, 응원 글을 읽은 박현빈 역시 자신이 무엇이든 다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중요한 건 그가 음악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나르고 밥을 먹는 순간에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못 박았다. 해체 이후의 삶을 실패담으로 포장하지 않고 노동과 걷기, 영상으로 다시 써 내려가는 중이다. 155km 끝에서 비운 자리는 결국 다음 무대를 채울 공간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