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아크(ARrC)에서 현민으로 활동했던 박현빈이 요즘 하루를 채우는 방식은 꽤 뜻밖이다. 고정 아르바이트 두 곳에 나가고, 일정이 맞는 날에는 쿠팡 물류센터와 공사장 일도 한다. 무대 조명 대신 작업 현장을 오가지만 그는 지금이 오히려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자신이 결정하고 있다는 감각 때문이다.

박현빈은 중학교 1학년 무렵인 14살부터 아이돌을 준비했다. 2023년 ‘보이즈 플래닛’에 출연한 뒤 2024년 8월 아크로 데뷔했지만, 팀은 지난 6월 약 1년 10개월의 활동을 끝으로 해체했다. 오랫동안 좁고 선명한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렸던 스물두 살에게는 갑자기 다음 장면이 사라진 셈이었다.

그가 선택한 정리법은 서울에서 충북 제천까지 155km를 걷는 일이었다. 목적지는 영화 ‘박하사탕’의 인상적인 장면이 촬영된 철교였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 때 영화 속 ‘나 다시 돌아갈래’가 떠올랐다고 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5박 6일을 걷는 동안 처음 이틀은 포기하고 싶었지만, 사흘째부터는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발을 옮겼다.

이 여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70만 회가 넘게 재생됐다. 거창하게 자신과 싸워 이기려 했다기보다 마음속에 쌓인 것을 덜어내고 싶었다는 그의 설명이 많은 사람에게 닿았다. 박현빈 역시 응원 글을 읽으며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되찾았다고 했다. 팀 활동의 끝을 숨기거나 흐릿하게 넘기지 않고 팬들에게 제대로 작별을 건네려 한 선택이 새 출발의 기록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음악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나르다가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복귀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다시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남겼다. 지금의 네 가지 일은 꿈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시간에 더 가깝다. 155km 끝에서 비워낸 자리에 박현빈이 어떤 음악과 모습으로 돌아올지가 이제 새로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