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검은 머리와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배우 박보영이 최근 공개된 패션 화보 현장에서 익숙한 ‘뽀블리’ 이미지를 단숨에 지웠다. 화보의 강렬한 변신도 눈길을 끌었지만, 이어진 인터뷰에서 더 흥미로웠던 대목은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를 찍으며 몸이 달라진 과정이었다. 화면 속 희주가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눈에 띄게 야위어 보였던 건 단순한 착시가 아니었다.

박보영은 작품이 어둡고 액션 장면이 많아 촬영 내내 많이 굴렀다고 돌아봤다.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르인 데다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했다. 강원도 촬영장까지 왕복 일곱 시간이 걸려 현지에서 숙박하며 촬영했고, 주변 맛집도 찾아다녔지만 식사는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감독이 희주가 뒤로 갈수록 더 수척해 보이길 원해 식단을 꽤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액션의 강도도 체중 변화에 한몫했다. 박보영은 “열심히 구르니까 잘 빠지더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앞서 종영 인터뷰에서는 평소보다 3kg 이상 감량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1500억 원어치 금괴를 손에 넣은 세관원 희주가 욕망과 추격 속에서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을 몸으로 설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금괴를 옮기는 장면에서는 실제 무게감을 살리려고 7~8kg짜리 소품을 들고 연기하기도 했다.

‘골드랜드’는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박보영에게 첫 본격 범죄 스릴러 주연작이라는 의미도 남겼다. 금괴가 눈앞에 놓이면 주인에게 돌려줄 것 같은 배우가 오히려 욕망에 휩쓸리는 인물을 연기할 때 생기는 의외성, 제작진이 노린 반전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박보영 역시 모니터를 보며 자신에게도 처음 보는 얼굴이 나와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이번 숏컷 화보는 단순한 헤어스타일 변화보다 작품이 열어 놓은 새 얼굴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귀엽고 밝은 표정 대신 날카로운 눈매와 마른 실루엣을 앞세운 장면에는 희주를 통과한 배우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다만 촬영을 위한 체중 감량은 배역과 전문가의 관리 아래 이뤄진 특수한 과정이다. 따라 할 다이어트 비법이라기보다, 한 인물의 시간과 피로를 외형까지 끌어온 연기 준비로 보는 편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