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감독 체제의 첫 골이 터진 곳은 오현규에게 낯선 무대가 아니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수원 삼성의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 ‘빅버드’에서 오현규가 강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모레노호의 출발을 열었다. 월드컵에서 이전 대표팀의 마지막 득점을 기록했던 공격수가 이번에는 새 대표팀의 첫 득점자가 됐다는 점까지 겹치며 한 골의 의미가 선명해졌다.
한국은 24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은 예고했던 4-4-2를 꺼내 손흥민과 오현규를 최전방 투톱으로 세웠지만, 짧은 준비 기간 탓인지 공격 연결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균형을 깬 장면은 후반 9분 나왔다. 김민재가 전방으로 보낸 공을 송민규가 살려줬고, 오현규는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열린 공간을 놓치지 않았다. 과감하게 때린 슈팅이 수비를 맞고 굴절돼 골키퍼를 넘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이 들어가자 경기의 속도도 달라졌다. 4분 뒤 손흥민이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었고, 후반 41분 교체 투입된 이동경은 1분 만에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한국은 3-0으로 이기며 새 사령탑의 첫 경기를 무실점 승리로 마쳤다. 전반의 답답함을 후반의 세 골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결과뿐 아니라 변화의 과정도 눈에 남았다.
오현규 개인에게는 특히 반가운 반전이다. 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체코전에서도 역전 결승골을 넣었지만,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그 장면은 오래 조명받지 못했다. 이후 소속팀 베식타시에서도 뚜렷한 흐름을 만들지 못한 가운데 이번 4연전 명단에 포함됐고, 모레노 감독의 데뷔전 선발 기회를 곧바로 골로 바꿨다. A매치 통산 여덟 번째 득점이었다.
더 묘한 건 장소다. 오현규가 프로의 꿈을 키우고 1군 무대에 처음 발을 디딘 경기장에서, 새 대표팀의 첫 페이지를 자신의 골로 장식했다. 손흥민과의 투톱이 한 경기 만에 각각 득점을 나눠 가진 것도 다음 경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 번의 중거리포가 모든 물음표를 지운 것은 아니지만, 오현규는 가장 익숙한 잔디 위에서 자신이 새 체제에서도 필요한 공격수라는 첫 답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