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던 2002년 부산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원 안에 섰던 이윤철이 44세가 된 2026년 나고야에서도 해머를 돌렸다. 24년 동안 한 번도 끊기지 않은 일곱 번째 출전이다.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아시안게임 출전 기록을 세운 그는 25일 남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68m35를 던져 15명 가운데 8위로 대회를 마쳤다. 메달과는 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만든 기록만큼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이윤철의 아시안게임 성적표를 펼치면 한 종목을 붙잡고 버틴 세월이 그대로 보인다. 부산 8위, 2006년 도하 4위, 광저우와 인천에서 각각 6위, 자카르타·팔렘방과 항저우에서 연속 5위였다. 가장 가까웠던 순간은 도하 대회였다. 마지막 6차 시기에 69m07로 당시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동메달에는 38cm가 모자랐다. 이번에는 자신의 한국 기록 73m77에는 못 미쳤고, 일곱 번째 도전에서도 개인 첫 아시안게임 메달은 남겨 두게 됐다.

그렇다고 이번 출전을 단순한 참가로 볼 수는 없다. 이윤철은 한국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유일하게 70m를 넘긴 선수다. 지난해에도 71m11을 던졌고, 올해 출전한 국내 대회 8차례를 모두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따냈다. 세계육상연맹 기록에는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2회와 국내 챔피언 21회가 새겨져 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선수가 이름값이 아니라 현재 경기력으로 대표 자리를 지켰다는 얘기다.

대회 전 이윤철은 아직 메달에 도전할 힘이 남아 있고 젊은 선수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한국 남자 해머던지기는 1956년 마닐라 대회 송교식의 동메달 이후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나고야에서 그 70년의 간격을 닫지는 못했지만, 한 선수가 일곱 대회를 이어 온 과정은 메달 하나로만 재기 어려운 장면을 남겼다. 68m35라는 숫자 뒤에는 스무 살 유망주가 44세 한국 일인자로 다시 원 안에 서기까지의 시간이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