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종료 점수는 42-23. 한국 여자농구가 개최국 일본을 19점 차로 밀어붙일 때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이소희의 ‘딥쓰리’였다. 3점 라인에서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던진 공이 림을 가르자 일본 안방의 흐름도 한국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금메달은 쉽게 오지 않았다. 종료 15초 전 점수는 72-70까지 좁혀졌고, 한국은 마지막 공격을 막아낸 뒤에야 75-70 승리를 확정했다.
26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에서 이소희는 16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날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 23점과 6리바운드를 올렸다. 220㎝ 장쯔위를 앞세운 중국을 85-80으로 넘은 데 이어 일본까지 꺾는 과정에서, 2000년생 가드가 공격의 중심으로 올라선 셈이다.
이번 대표팀은 박지수와 박지현이라는 핵심 전력 없이 대회를 치렀고 엔트리도 11명으로 구성됐다.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이 많지 않았지만, 이소희는 바로 그 평가가 선수들을 더 단단하게 묶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낮게 보는 시선에 화가 났고, 그 오기를 열정으로 바꿔 함께 많은 훈련을 한 것이 승리의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결승을 돌아보면서도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며 코트 안의 좋은 흐름과 자신감을 강조했다.
한국은 1쿼터를 27-15로 앞섰고 이해란은 결승에서 팀 내 최다 득점과 9리바운드, 주장 강이슬은 21점 7리바운드를 보탰다. 4쿼터 일본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이소희와 강이슬이 연속 득점으로 급한 불을 껐고, 강이슬은 종료 14초 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 특정 선수 한 명에게 기대기보다 젊은 선수와 베테랑이 역할을 나눠 위기를 버틴 승리였다.
이 금메달로 한국 여자농구는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복귀했다. 해외에서 열린 대회 우승은 1994년 히로시마 이후 32년 만이며, 남자 대표팀과의 동반 우승도 12년 만이다. 이소희는 이미 대표팀의 빈자리를 메운 선수를 넘어 다음 흐름을 이끌 얼굴로 강하게 이름을 남겼다. 낮은 기대에서 출발한 팀이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른 밤, 그 중심에는 한 발 더 먼 거리에서도 주저하지 않은 가드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