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과 동메달 사이를 가른 숫자는 고작 0.003점이었다. 한국 우슈의 간판 이하성이 23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무도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우슈 투로 남자 도술·곤술에서 합계 19.406점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의 클레멘트 수웨이 팅은 19.403점. 눈 한번 깜빡일 틈보다도 작게 느껴지는 차이가 시상대의 색을 바꿨다.
출발은 탄탄했다. 이하성은 오전 도술에서 동작 질량 5.00점, 난도 2.00점, 연기 수준 2.706점을 받아 9.706점으로 2위에 자리했다. 오후 곤술에서는 9.700점으로 해당 종목 4위에 머물렀지만, 도술과 곤술을 합산하는 방식에서 끝까지 순위를 지켜냈다. 두 무대에서 쌓은 점수가 합쳐지자 은메달은 0.003점 차로 그의 목에 남았다.
금메달은 중국의 가오샤오빈이 가져갔다. 가오샤오빈은 도술 9.786점과 곤술 9.796점으로 두 종목 모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합계 19.582점을 기록했다. 이하성에게 이번 결과가 특별한 건 단순히 메달 하나를 보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장권에서 당시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이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뒤 종목을 도술·곤술로 바꿔 다시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섰다.
우슈 투로는 상대를 직접 쓰러뜨리는 경기가 아니라 정해진 동작의 정확성과 난도, 연기의 완성도를 심판 점수로 겨루는 종목이다. 그래서 한 번의 착지, 무기의 궤적, 자세의 흔들림처럼 짧은 순간이 최종 순위를 크게 움직인다. 0.003점이라는 간격은 화려한 동작 뒤에 숨어 있던 정밀함과 긴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우슈 대표팀은 이하성의 은메달과 21일 안현기가 남자 태극권·태극검에서 따낸 동메달을 더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쳤다. 금빛이 아니어도 이하성이 만든 장면은 충분히 오래 남을 만하다. 열아홉 살에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열었던 선수가 12년 뒤, 이번에는 가장 얇은 점수 차를 버텨 다시 시상대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