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문턱에서 일본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다현의 시선은 패배 그 자체보다 패배가 보여준 ‘차이’에 꽂혔다. 다음 시즌 일본 SV리그에서 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가 완패 직후 꺼낸 말이라 더 묵직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1일 일본 아이치현 파크 아레나 고마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일본에 세트 점수 0-3으로 졌다. 세트별 점수는 20-25, 22-25, 16-25. 초반 두 세트에서는 따라붙었지만 강한 서브와 단단한 수비, 흔들리지 않는 2단 연결을 앞세운 일본의 흐름을 끝내 끊지 못했다.

경기 뒤 이다현은 단순히 공격이나 수비 한두 장면을 고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강팀을 상대하려면 촘촘하게 짜인 시스템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새 시즌 NEC 레드로케츠 가와사키에서 뛰게 되는 그는 “그래서 오늘 패배가 더 분하다”며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하겠다고 했다. 곧 합류할 리그의 강점을 코트 위에서 정면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다현에게 이번 일본행은 한 시즌짜리 임대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빠른 이동 공격과 블로킹을 강점으로 V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은 뒤 택한 첫 해외 도전이다. 지난여름에도 일본에서는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언어까지 익혀야 한다며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이번 한일전은 그 말에 구체적인 숙제를 더했다.

대표팀의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22일 태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직전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태국에 0-3으로 패했던 만큼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다현은 여기서 지면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메달을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일본전 팀 내 최다 14점을 올린 나현수도 마지막 결정력의 아쉬움을 인정하면서 끝까지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2 항저우 대회에서 메달 없이 5위에 머물렀다. 이번 동메달전은 8년 만의 아시안게임 메달과 세대교체의 성과를 동시에 확인할 마지막 한 경기다. 일본전에서 드러난 간격을 하루 만에 모두 메울 수는 없다. 그래도 완패 뒤 무엇이 부족했는지 정확히 말한 이다현이 그 답을 코트에서 얼마나 보여줄지는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