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9주 차인 김지민이 주차장 바닥의 그림 앞에서 잠시 멈췄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 어린이, 배가 크게 나온 임산부가 그려진 가족배려주차장이었다. 김지민은 개인 계정에 사진을 올리며 “여기에 저도 주차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고, 이어 “저 정도로 만삭이어야 하나요?”라고 덧붙였다. 안내 그림을 보고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질문이 그의 유쾌한 말투를 타고 생활 정보로 번진 셈이다.
답부터 말하면 만삭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서울시가 밝힌 가족배려주차장 이용 대상에는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임산부가 포함된다. 6세 미만의 취학 전 영유아, 고령 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사람과 이들을 동반한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 바닥의 그림은 대상자를 쉽게 알아보게 만든 상징일 뿐, 배의 크기나 임신 주수로 자격을 나누는 기준은 아니다. 현재 임신 중인 김지민은 이용 대상에 들어간다.
이 공간은 이름 그대로 여러 가족 구성원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기존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바꾸면서 대상을 임산부뿐 아니라 영유아와 이동이 불편한 고령자, 동반자까지 넓혔다. 출입구나 승강기와 가까우면서 밝고 안전한 곳에 배치하도록 한 이유도 단순히 차를 세우는 자리를 넘어 이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표시만 보고 ‘만삭 전용’이나 ‘아이를 데리고 있을 때만 가능한 곳’으로 좁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김지민은 며칠 전에도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곧 임신 19주 차가 된다고 알렸다. 임신 뒤 몸무게가 5kg 늘었고 아직 태동을 느끼지 못했다는 근황도 솔직하게 전했다. 지난해 7월 김준호와 결혼한 그는 첫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했으며, 두 사람은 내년 2월 첫아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주차장 질문도 처음 겪는 변화를 하나씩 알아가는 예비 엄마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서울시 안내에서 이 공간은 대상자가 ‘우선 이용’할 수 있는 자리로 설명된다. 표시의 모양만 따지기보다 실제로 가까운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지민이 던진 짧은 질문 덕분에 그림만 익숙했던 주차칸의 의미와 이용 대상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