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한 번이 10년 뒤 아시안게임 동메달로 돌아왔다. 김지은은 중학교 자유학기제 때 반에서 단 두 명만 들어갈 수 있던 사격 동아리 자리를 가위바위보로 따냈다. 그렇게 처음 잡은 소총이 26일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한국 여자 50m 소총 3자세의 12년 기다림을 끝냈다.
김지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348.4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이 종목 개인전 시상대에 오른 건 2014년 인천 대회 정미라의 은메달 이후 처음이다. 올해 처음 성인 국가대표가 된 23세 선수의 첫 아시안게임, 첫 성인 국제대회 결선에서 나온 결과라 더 눈에 들어온다.
시작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김지은은 가장 자신 있던 입사에서 확신을 잃어 스트레스를 받았고 체중도 빠졌다고 털어놨다. 본선에서도 마지막까지 결선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5발을 모두 10점에 꽂아 588점, 전체 7위로 여덟 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섰다. 흔들린 뒤 다시 중심을 잡는 과정이 이날 승부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결선에서는 슬사 103.3점, 복사 103.0점으로 선두권을 지켰지만 입사 첫 5발 뒤 5위까지 내려갔다. 이후 307.6점으로 4위까지 올라온 김지은은 한 발씩 탈락자가 정해지는 구간에서 더 큰 롤러코스터를 탔다. 10.5점으로 2위에 올랐다가 다음 발 9.5점으로 다시 4위. 인도의 틸로타마 센에게 0.3점 뒤진 채 맞은 다음 한 발이 사실상 메달 결정전이었다.
김지은은 그 순간 다시 10.5점을 쐈다. 센이 9.4점에 그치면서 순위가 뒤집혔고 동메달이 확정됐다. 마지막 10.3점까지 더해 은메달 한자위와의 차이는 불과 0.1점이었다. 금메달은 아시아 기록 359.0점을 세운 중국의 한자위, 은메달은 358.8점의 장리위앤에게 돌아갔다.
동메달을 확인한 김지은의 첫 생각은 “됐다, 뭐라도 하나 했다”였다. 하지만 0.1점 차를 알고는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202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단체전 금메달을 거쳐 성인 대표 첫해에 대륙 무대 시상대까지 오른 그는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바라보겠다는 목표를 꺼냈다. 우연히 얻은 동아리 자리는 이제 한국 소총의 다음 세대를 알리는 출발점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