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묵혀 둔 가족의 서운함이 빈대떡 이야기와 함께 터졌다. 배우 김혜은은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막내 동서 이상윤 씨와 미술 전시를 둘러본 뒤 결혼 초 시댁 생활을 돌아봤다. 김혜은은 당시 약 10년 동안 시댁에서 싫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는 자신 때문에 동서도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동서가 꺼낸 기억은 이른바 ‘빈대떡 지옥’이었다. 집에서 빈대떡을 만들자고 시작했지만 반죽이 묽으면 재료를 더하고, 되직해지면 다시 물을 붓는 일이 반복되면서 양이 끝없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 난감했던 건 일을 벌인 김혜은이 촬영 일정 때문에 중간에 자리를 비운 뒤였다. 결국 동서는 혼자 남아 줄어들지 않는 반죽을 계속 부쳐야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김혜은도 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일을 벌여 놓고 떠난 셈이라며 놀랐고, 지금 묻지 않았다면 동서가 평생 아무도 모르는 억울함을 품고 갈 뻔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하기 잘했다”는 말로 분위기를 풀었다. 거창한 갈등 고백이라기보다, 너무 오래 지나 이제야 웃으며 꺼낼 수 있게 된 가족의 생활담에 가까웠다.

이 장면이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의 기억이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김혜은은 자신이 늘 ‘예스’라고 답하던 맏며느리여서 동서를 편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걱정했다. 반면 동서는 형님이 일을 너무 크게 벌여서 힘들었다고 받아쳤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누구에게는 책임감이었고 누구에게는 끝없는 부침개가 될 수 있다는 차이가 웃음을 만들었다.

대화의 끝은 원망보다 안도에 가까웠다. 동서는 서로 가치관이 비슷해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대화가 통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김혜은 역시 뒤늦게나마 동서의 기억을 듣고 사과할 기회를 얻었다. 가족 사이의 오래된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마무리된 건 누가 옳았는지를 따지기보다, 이제는 편하게 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