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연속 넘어져 0.00점. 마지막 한 번만 남은 상황에서 17세 강준이가 고른 답은 난도를 낮추는 안전한 기술이 아니었다. 앞서 실패한 ‘널리 270 힐플립 립슬라이드’를 그대로 다시 꺼냈다. 보드를 발뒤꿈치로 회전시키며 몸을 270도 틀고, 난간 위에 보드 중앙을 건 채 미끄러진 뒤 착지하는 기술이었다. 이번에는 흔들림 없이 내려섰고, 점수판에는 92.40점이 떴다. 눈물로 고개를 숙였던 몇 분 전과 달리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강준이는 27일 일본 아이치현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 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런 88.45점과 트릭 92.40점을 합쳐 180.85점으로 우승했다. 은메달 사사키 도아는 172.35점, 동메달 오노데라 기누는 168.11점이었다. 강한 일본 선수들을 개최국 무대에서 앞선 결과이자, 스케이트보드가 2018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뒤 한국 선수가 따낸 첫 금메달이다.

승부가 더 극적이었던 건 마지막 선택 때문이다. 1·2차 트릭이 모두 실패하자 강준이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관중석의 어머니와 응원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이미 두 번 막힌 기술을 피하지 않은 이유도 그동안 준비한 것을 끝까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가까웠다. 실패가 사라진 게 아니라, 바로 그 실패를 통과해 같은 동작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이날의 착지가 더 선명하게 남는다.

양산에서 자란 강준이는 8살 때 보드를 처음 탔다. 가까운 곳에 제대로 된 훈련장이 없어 금요일마다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공원에서 연습하고, 주말 마지막 버스로 다시 내려가는 생활을 수년간 이어갔다. 어린 시절 방송 ‘영재발굴단’에서 스케이트보드 신동으로 소개됐던 소년은 2024년 세계적 아마추어 대회 탬파암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올해 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 데뷔 무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틀 뒤 만 18세 생일을 맞는 강준이는 결과에 따라 웃는 생일이 될지 우는 생일이 될지 모르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답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나왔다. 첫 태극마크 국제 종합대회에서 한국 최초의 금메달을 만든 그는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1위를 다음 목표로 꼽았다. 세 번째 시도에 같은 기술을 다시 올린 배짱이, 더 큰 무대에서도 이어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