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가 연말 시상식 이야기를 하다 잠깐 멈췄다. ‘재벌X형사2’ 팀이 팀워크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흥행 전작 ‘김부장’을 떠올리며 “아, 앞에 김부장이 있구나”라고 웃은 것이다. 개인상을 욕심내기보다 함께한 팀원 가운데 누구라도 상을 받으면 기쁠 것 같다는 말에서 시작된 농담이었지만, 이 짧은 반응에는 시즌2에 새로 합류한 배우가 느낀 부담과 안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은채는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2’에서 경찰청 대테러팀 출신의 강력1팀장 주혜라를 연기했다. 이미 시즌1에서 단단해진 팀에 유일하게 새 주연으로 들어간 만큼, 기존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도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종영 인터뷰에서 현장의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편하게 적응했고, 안보현을 비롯한 팀원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고 돌아봤다.

결과는 숫자로도 남았다. 지난 19일 방송된 최종회는 전국 가구 기준 11.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소 시청률이나 반응에 비교적 둔감한 편이었다는 정은채도 이번에는 매회 수치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시즌1의 인기에 더해 앞 시간대를 책임진 ‘김부장’이 최고 23%대 성적을 냈다는 사실까지 겹치면서, 후속 주자의 부담이 평소보다 컸던 셈이다. 마지막 회를 모두 보고서야 “발 뻗고 잔 지 며칠 안 됐다”고 한 말도 그래서 더 실감 나게 들린다.

정은채가 이번 시즌에서 만든 변화는 단순히 새 얼굴을 추가한 데 그치지 않았다. 주혜라는 진이수의 예측하기 어려운 수사 방식을 처음에는 경계하지만, 사건을 함께 풀어가며 결정적 열쇠를 가진 동료로 인정한다. 정은채는 두 사람의 관계를 로맨스보다 ‘브로맨스’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감정선을 과하게 밀기보다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공조에 무게를 둔 해석이 시즌2의 결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은 강력1팀이 또 다른 사건을 향해 달려가며 끝났다. 정은채 역시 시즌3 제안이 온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직 다음 시즌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새 팀장으로 들어와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끌어낸 뒤 개인상보다 팀의 재회를 먼저 말한 태도는 분명하다. 연말 트로피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어도, 정은채에게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성과는 이미 ‘혼자 들어온 배우’에서 ‘다시 함께 뛰고 싶은 팀원’으로 자리 잡은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