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을 쓰는 두 스프린터가 같은 날, 같은 숫자를 전광판에 띄웠다. 나마디 조엘진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가 24일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100m 예선을 나란히 10초23으로 통과했다. 육상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은 1천분의 1초까지 들여다본 뒤에야 갈렸다. 조엘진은 10초223으로 전체 5위, 비웨사는 10초230으로 6위였다. 두 사람의 간격은 불과 0.007초였다.
조엘진은 예선 2조에서 일본의 고이케 유키와 대만의 천원푸를 따돌리고 조 1위로 들어왔다. 중반까지 3~4위권에 머물렀지만 막판 스퍼트가 살아났다. 뒤이어 3조에 나선 비웨사는 10초06을 기록한 오만의 알 발루시 알리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로 다른 조에서 뛰었는데도 기록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같았다. 예선 각 조 상위 세 명과 기록이 빠른 여섯 명이 합류하는 준결선 티켓을 둘 다 여유 있게 챙겼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두 선수의 속도는 이미 여러 번 나란히 움직였다. 올해 비웨사와 조엘진은 각각 10초13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워 한국 남자 100m 역대 공동 2위에 올랐다. 김국영이 2017년 세운 한국 기록 10초07과는 0.06초 차다. 조엘진은 지난달 10초07을 찍기도 했지만 초속 2m를 넘는 뒷바람 때문에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둘 다 한국 신기록의 문 앞까지 와 있는 셈이다.
경기 뒤 두 사람은 경쟁보다 함께 커지는 관계를 먼저 이야기했다. 조엘진은 비웨사를 좋은 파트너이자 자신을 자극하는 경쟁자로 표현했고, 비웨사는 함께 훈련하다 보니 기록까지 같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대표팀 룸메이트로 지내는 두 선수는 100m에서는 서로를 앞서야 하지만, 400m 계주에서는 한 팀으로 금메달을 노린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오가는 이 관계가 이번 대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한국 남자 100m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직 없고, 마지막 메달도 장재근이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딴 은메달이다. 44년 동안 멈춰 있던 시상대의 문을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함께 두드린다. 전체 1위 푸리폴 분손이 9초95의 시즌 최고 기록을 냈다는 점에서 결선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예선에서 5위와 6위를 나란히 차지한 출발은 충분히 기대를 키운다. 25일 준결선과 결선에서 두 선수의 숫자가 또 같아질지, 그리고 그 숫자가 한국 육상의 오래된 기록까지 밀어낼지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