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에서 한 명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마지막 단체전에서 가장 선명한 반전을 만들었다. 전하영, 김정미, 서지연, 최세빈으로 꾸린 한국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45-31로 꺾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에 되찾은 금메달이자,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20번째 금메달이었다.
분위기를 바꾼 첫 장면은 최세빈의 칼끝에서 나왔다. 최세빈은 이번 대회 개인전 챔피언 에무라 미사키를 상대로 첫 릴레이를 5-2로 마치며 한국에 주도권을 안겼다. 전하영이 두 번째 릴레이에서 10-6으로 차이를 벌렸고, 33세 베테랑 서지연이 15-8을 만들었다. 반환점인 다섯 번째 릴레이가 끝났을 때 점수는 25-15였다. 일본이 에무라를 앞세워 흐름을 되찾으려 했지만 한국은 한 번 잡은 간격을 놓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있었다. 일곱 번째 릴레이 도중 서지연이 사노 유이와 부딪혀 부상을 입자 김정미가 급히 들어갔다. 교체 뒤에도 한국은 35-19로 릴레이를 끝냈다. 여덟 번째 주자 최세빈이 일본의 교체 선수 오자키 세리에게 추격을 허용했지만 40-25로 넉넉한 리드를 지켰고, 마지막에는 전하영이 에무라를 상대로 45번째 득점을 먼저 꽂았다. 개인전 8강 탈락 뒤 “빨리 잊고 단체전을 준비하겠다”고 했던 전하영의 다짐도 이 한 점으로 완성됐다.
한국은 8강에서 홍콩을 45-28, 준결승에서 중국을 45-29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항저우 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던 기억까지 결승에서 되갚았다. 윤지수의 은퇴 뒤 새 판을 짠 대표팀이 개인전의 아쉬움을 팀 경기에서 지워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를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마쳤다. 종합 2위였지만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은 가장 어려운 순간 서로의 빈자리를 메운 여자 사브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