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카페에서 일하던 청년이 예능 카메라에 약 5초 잡혔다. 그 짧은 장면 뒤 SNS 팔로워가 실시간으로 늘었고, 4년 뒤 그는 tvN 새 드라마에서 서브 주연을 맡게 됐다. 배우 최건이 공개한 시작점은 화려한 데뷔 무대가 아니라 커피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던 평범한 아르바이트 현장이었다.

최건은 2022년부터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약 2년 동안 학원과 연습실을 오가며 오디션과 프로필 제출을 이어갔고, 생활을 위해 라자냐 식당에서 1년 3개월가량 일한 뒤 남대문의 한 카페로 옮겼다. 어느 날 MBC ‘놀면 뭐하니?’ 촬영팀이 카페를 찾았다. 촬영 소식은 전날 단체 대화방에 간단히 공유됐지만, 시장 상인들에게 커피를 배달하던 그는 자신이 화면에 잡힐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순간 카메라와 유재석이 지나가며 뜻밖의 5초가 만들어졌다.

방송 뒤 팔로워 수가 빠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방송의 파급력을 체감했지만, 그 장면이 곧바로 배우 자리를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최건은 오디션을 계속했고, 첫 촬영작인 넷플릭스 ‘광장’ 현장에서는 잘해야겠다는 욕심보다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실제 촬영장을 경험한 뒤에야 더 해보고 싶고, 언젠가 중심에 서보고 싶다는 확신도 생겼다.

2024년 웹드라마 ‘0교시는 인싸타임’으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뒤에는 ‘피해망상의 연애’, ENA ‘아이돌아이’ 등에서 작은 역할부터 경험을 쌓았다. 비중이 작아도 조급해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인상적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큰 역할을 맡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현장에서 하나씩 배우는 길을 택했다. ‘아이돌아이’에서는 선배 김재영이 카메라 각도에 맞는 연기를 조언해준 일을 기억하며 자신도 후배를 챙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무대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이다. 최건은 노윤서가 연기하는 남지오를 오래 짝사랑하는 문기성 역을 맡는다. 소속사 발표와 별도 보도를 통해 출연 사실과 역할도 확인됐다. 우연한 5초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린 계기였지만, 카페 아르바이트와 반복된 오디션, 작은 배역을 건너 서브 주연까지 온 과정은 우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볼 장면은 팔로워 숫자가 아니라, 그가 긴 호흡의 캐릭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채우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