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 연속 고개를 숙였던 NC 다이노스를 깨운 건 천재환의 시원한 한 방이었다.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천재환은 팀이 0-2로 끌려가던 3회초 무사 1, 2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흐름을 뒤집은 NC는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며 선두 KT를 10-3으로 꺾고 길었던 8연패에서 빠져나왔다.
더 놀라운 건 이 폭발이 하루짜리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천재환은 전날 삼성전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쳤다. 이틀 동안 무려 세 차례 담장을 넘겼고, 23일의 홈런은 시즌 7호이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 됐다. 홈런을 노리고 배트를 휘두른 결과도 아니었다. 그는 경기 뒤 첫 타석이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돌아보며, 다음 타석에서는 더 과감하게 접근한 선택이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천재환은 이날 4타수 1안타였지만 그 안타 한 개가 경기의 방향을 통째로 바꿨다. 2점을 먼저 내준 NC에는 분위기를 바꿀 장타가 절실했고, 천재환의 석 점포는 단숨에 3-2를 만들었다. 이후 박민우가 적시타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고 김휘집이 솔로 홈런을 보태면서 타선 전체가 살아났다. 선발 라일리 톰슨도 6이닝 3실점으로 버텨 시즌 8승을 챙겼다.
올 시즌 천재환은 98경기에서 타율 3할3리, 7홈런, 31타점, OPS 0.807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자리를 넓혔다. 그는 자신을 홈런 타자보다 중장거리 타자로 바라봤다. 두 자릿수 홈런을 당장 목표로 삼기보다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과감히 실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화려한 숫자를 쫓기보다 어렵게 얻은 출전 기회를 생산적인 타격으로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NC의 가을야구 가능성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6위 NC와 5위 두산의 승차는 6.5경기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천재환의 말처럼 연패를 끊어야 다음 계산도 가능하다. 선두 팀을 상대로 나온 역전 홈런, 개인 기록, 팀의 연패 탈출이 한 장면에 겹친 밤이었다. 남은 시즌 천재환의 과감한 타격이 NC의 마지막 추격을 어디까지 밀어 올릴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