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게임 21-9, 마지막 게임 21-11. 숫자만 보면 안세영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야마구치 아카네가 가져간 두 번째 게임이 있었다. 23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 단체전 준결승. 한국의 첫 단식 주자로 나온 안세영은 일본의 세계 3위 야마구치를 2-1로 꺾으며 한일전의 출발을 책임졌다.

안세영은 시작부터 코트 구석을 찌르는 공격으로 흐름을 잡았다. 4-3에서 연속 8점을 쓸어 담았고, 첫 게임을 12점 차로 닫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임에서는 야마구치의 반격이 거셌다. 수비로 버티며 따라붙었지만 중요한 순간의 범실이 나오면서 18-21로 게임을 내줬다. 첫 게임의 일방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세 번째 게임의 대응이 더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게임은 다시 안세영의 시간이었다. 4-4에서 6점을 연속으로 가져오며 간격을 벌렸고, 긴 랠리에서도 체력과 수비 집중력을 유지했다. 결국 21-11. 한 게임을 빼앗긴 뒤 오히려 점수 차를 크게 벌려 끝낸 장면은 현재 안세영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날 승리로 그는 야마구치와의 최근 맞대결 8경기를 모두 이겼다.

이번 승부는 개인전이 아니라 단식 세 경기와 복식 두 경기로 구성된 단체전의 첫 경기였다. 먼저 3승을 거두는 나라가 이기는 방식이라 첫 주자의 결과가 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은 항저우 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올랐고, 안세영은 당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가져갔다. 이번에도 단체전 2연패를 겨냥하는 가운데 에이스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먼저 넘겼다.

안세영에게 이번 대회는 기록의 무대이기도 하다. 단체전 우승을 지켜낸 뒤 개인전까지 흐름을 이어가면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 첫 게임의 폭발력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흔들린 다음이었다. 한 게임을 내주고도 경기의 속도를 다시 자기 쪽으로 끌어온 회복력, 그 장면이 한일전 첫 판의 진짜 하이라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