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게임 21-8, 두 번째 게임 21-9. 세계랭킹 5위가 가져간 점수를 모두 더해도 17점이었다. 안세영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에서 태국의 라차녹 인타논을 2-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걸린 시간은 단 33분이었다.
상대가 평범했던 것도 아니다. 인타논은 201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오랫동안 여자 단식 정상권을 지킨 베테랑이다. 대진표가 공개됐을 때도 안세영의 진짜 승부는 세계 5위가 기다리는 8강부터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코트 위에서는 팽팽한 탐색전조차 길지 않았다. 안세영은 첫 게임부터 점수 차를 빠르게 벌렸고, 두 번째 게임에서도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채 경기를 닫았다.
더 눈에 띄는 건 직전 일정이다. 안세영은 전날 32강과 16강을 하루에 모두 치렀다. 연속 경기로 체력 부담이 생길 수 있는 구간이었지만, 8강에서는 긴 랠리에 끌려가기보다 수비와 코스 공략으로 흐름을 일찍 가져왔다. 강행군 다음 날 세계 5위를 상대로 경기 시간을 30분대로 줄였다는 점이 이번 완승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의 올해 성적은 53경기 52승 1패가 됐다. 한 경기의 반짝 활약이 아니라 시즌 전체를 압도해 온 흐름이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그는 항저우 대회에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정상에 오르면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한다.
이제 남은 경기는 두 번이다. 준결승 상대는 중국의 천위페이와 인도의 푸살라 신두 경기 승자다. 둘 다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해 8강과는 다른 긴장감이 예상된다. 그래도 이날 안세영이 보여준 장면은 분명했다. 까다로운 이름이 대진표에 있어도 경기는 이름값대로 길어지지 않았다. 33분, 그리고 상대에게 내준 17점. 기록을 향한 길에서 가장 부담스러워 보였던 첫 관문을 가장 짧고 강하게 통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