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가 큰돈을 벌기 시작한 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자신의 통장이 아니라 형제들의 집이었다. 7남매를 한자리에 불러 자기 집이 있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전셋집조차 없이 사글세와 달세방을 전전하던 형제들을 본 그는 큰형부터 차례로 집을 마련해 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데뷔 55주년을 맞아 공개된 인터뷰에서 다시 꺼낸 이 이야기는 화려한 전성기보다 그 이전의 긴 시간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4남 3녀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까지 도와야 했던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이후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운동회 날 달리기에서 3등 안에 들어 새 공책을 받는 일이 중요할 만큼 살림이 빠듯했다는 기억도 털어놨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학용품이 그에게는 직접 뛰어서 얻어야 하는 물건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훗날 형제들을 챙긴 선택은 갑자기 만들어진 미담이라기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견딘 생활에 대한 답처럼 들린다.

성공은 금방 찾아오지 않았다. 가수로 데뷔한 뒤 오랜 무명 시기를 거쳐 ‘옥경이’가 크게 사랑받으면서 비로소 수입이 늘었다. 태진아는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돈을 모았고, 저축상을 받을 정도로 아끼며 살았다고 여러 방송에서 설명해 왔다. 그러다 형제들의 주거 형편을 확인한 뒤 큰형부터 집을 하나씩 사줬고, 이후에는 가게를 마련해 준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라디오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해 이번 인터뷰의 핵심 사연은 교차 확인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성공의 크기를 숫자로 자랑하기보다 그 돈을 어디에 먼저 썼는지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태진아에게 ‘옥경이’는 인기곡을 넘어 7남매의 생활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의상과 힘 있는 목소리로 기억되지만, 그 뒤에는 공책 한 권이 귀했던 소년과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형제들과 함께 나눈 것이 성공의 기쁨이었다는 그의 말이 오래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