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끝이 아니라 정확히 72시간 뒤 다시 눈을 뜬다. 영화 ‘부활남: 더 레드’는 이 기묘한 능력을 가진 31세 취업준비생 석환을 쉬게 두지 않는다. 9월 30일 개봉을 앞둔 작품의 러닝타임은 101분. 최근 극장가의 2시간대 경쟁작들과 나란히 놓으면 유난히 짧고, 백종열 감독은 바로 그 속도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석환은 인턴 경력 하나 없이 채용 과정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는 인물이다. 면접 날 아침까지 게임을 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만나면 참지 못한다. 그러다 의문의 인물들에게 목숨을 잃은 뒤 72시간 만에 부활하고, 납치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곧바로 추격전에 뛰어든다. 능력을 깨닫고 천천히 적응하는 익숙한 영웅 서사 대신, 다시 살아난 순간부터 사건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원작은 채용택·김재한 작가가 3년 넘게 연재한 동명 웹툰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 한 편으로 옮기면서 백 감독은 설정의 뼈대만 남기고 전개를 과감하게 압축했다. 석환이 부활할수록 강해지는 변화는 점점 짙어지는 빨간 머리와 초인적인 액션으로 보인다. 구교환과 신승호의 몸을 스캔해 실제 촬영과 디지털 캐릭터를 맞추는 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구교환을 선택한 이유도 영화의 온도와 맞닿아 있다. 백 감독은 광고 현장에서 먼저 만난 구교환의 낙천적이고 능청스러운 면이 철없어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석환과 어울렸다고 했다. 구교환 역시 액션을 상대와 눈을 맞추며 추는 춤에 비유했다. 주먹의 무게만 키우는 대신 배우의 엉뚱함과 몸의 리듬을 살리려 한 셈이다.

영화가 끝내 건네려는 말은 거창하지 않다. 사회에서 쓸모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던 석환이 주변 사람들에게 겁먹지 말라고 말하고, “걱정 마, 안 죽어”라고 버틴다. 빨리 달리고 세게 부딪히는 101분 뒤에 남는 것은 불사 능력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웹툰의 팬이라면 무엇을 덜어냈는지,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이 속도전이 얼마나 시원하게 작동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