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무대의 한마디가 일주일째 꼬리를 물고 있다. 가수 심수봉은 지난 20일 전북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서 앞 순서로 공연한 김다현을 두고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영상이 퍼지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55세 어린 후배를 지나치게 몰아세웠다는 비판이 나왔고, 심수봉은 다음 날 이를 ‘상식을 벗어난 실언’이라고 인정했다. 김다현과 가족에게도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자 27일에는 심수봉이 오래전 방송에서 꺼냈던 삶의 장면들이 다시 주목받았다. 그중 가장 무거운 대목은 1979년 10·26 사건 이후의 시간이다. 심수봉은 사건 현장에 있었던 뒤 한 달 가까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했으며, 정신질환자가 아니라고 말해도 약물 주사를 맞았다고 2012년 KBS ‘승승장구’에서 주장했다. 당시 누구의 결정으로 입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가 감당해야 했던 후폭풍을 본인의 말로 처음 길게 풀어낸 고백이었다.
그는 같은 방송에서 10대 시절 소리를 피하라는 진단을 받고 섬에서 요양했다고도 회상했다. 이후 방송 활동에 제약을 받는 동안 밤무대에서 노래했고, 1984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사랑받으며 다시 대중 앞에 섰다.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엔 난 몰라’, ‘비나리’로 이어진 노래의 정서 뒤에 개인사가 겹쳐 있었다는 점이 새삼 읽히는 이유다.
다만 과거의 상처와 이번 발언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힘겨운 시간이 발언의 배경을 이해하는 단서는 될 수 있어도, 후배에게 상처를 준 공개 비판을 대신 설명하거나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심수봉 역시 행사장 소음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하면서도 잘못을 분명히 인정했다. 이제 남는 장면은 오래된 고백의 재소환보다 그 사과가 실제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다. 자신의 말이 지닌 무게를 누구보다 오래 견뎌온 가수인 만큼, 다음 무대에서 보여줄 태도가 더 큰 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