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현이 한국 여성 배우로는 처음 국제에미상 여자연기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천상연을 연기한 결과다. 단순히 해외 시상식 후보 하나가 늘어난 소식이 아니라, 네 명뿐인 최종 명단에 한국 배우가 처음 진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제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가 공개한 제54회 국제에미상 후보 명단을 보면 박지현은 벨기에 드라마 ‘홀리 쉿’의 모나 미나 레온, 멕시코 영화 ‘루카의 세계’의 바르바라 모리, 영국 드라마 ‘아이 파우트 더 로’의 셰리던 스미스와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 올해 전체 후보는 16개 부문, 22개국, 64편과 인물로 구성됐다.

박지현이 연기한 상연은 오랜 시간 사랑과 질투, 동경과 원망을 함께 쌓아 온 인물이다. ‘은중과 상연’은 10대부터 40대까지 이어지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따라가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남긴 상처와 애정을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조력사망이라는 무거운 선택까지 다루기 때문에, 상연의 감정을 한 가지 표정이나 사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박지현에게는 여러 나이대와 복잡한 내면을 한 인물 안에서 연결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지명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작품 전체가 아니라 한 배우의 수행을 직접 평가하는 부문에서 나온 기록이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의 해외 성과가 작품상이나 장르 부문을 넘어 개별 배우의 연기로 확장됐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만 국제에미상은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과는 별개의 시상식이다. 미국 밖에서 제작·방영된 우수한 TV 프로그램과 연기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 작품의 이름은 다른 부문에도 보인다. 박은빈과 설경구가 출연한 디즈니+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가 TV영화·미니시리즈 후보에 올랐다. 한 해에 한국 배우의 연기 후보와 한국 시리즈 후보가 함께 발표되면서 시상식 당일 지켜볼 지점도 두 갈래가 됐다.

수상 여부는 11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다. 후보 지명만으로 이미 ‘한국 여성 배우 최초’라는 기록을 만든 박지현이 최종 트로피까지 가져올지, 그리고 ‘은중과 상연’이 해외 시청자에게 다시 발견되는 계기가 될지가 다음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