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노래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아버지’가 사실은 이승기의 데뷔 앨범에 먼저 실렸다는 뒷이야기가 다시 주목받았다. 이승기는 지난 19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2026 NEW WAVE FESTIVAL in 서울 2부’에서 매드클라운과 함께 이 곡을 불렀다. 무대에 앞서 그는 “원래 내 1집 수록곡”이라며, 고등학생이던 자신에게 싸이가 처음 건넨 노래였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2004년 발표된 이승기의 정규 1집 ‘나방의 꿈’에 수록됐다. 하지만 이후 작사·작곡자인 싸이가 직접 부른 버전이 널리 알려지면서 어느새 싸이의 대표곡처럼 자리 잡았다. 이승기도 이 대목을 담담하게 인정했다. 자신이 먼저 녹음했지만 싸이가 다시 부르며 더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다. 익숙한 히트곡의 출발점이 17세 가수의 데뷔 앨범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들어볼 이유가 생긴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원곡 찾기’보다 시간의 변화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이승기는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는 예전에는 가사가 몸에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습하다 울컥할 만큼 감정이 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같은 멜로디와 가사도 부르는 사람의 삶이 바뀌면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무대에서는 이승기의 또렷한 음색과 매드클라운의 랩이 이어졌다. 과하게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아버지를 떠올리는 노래의 결을 차분하게 살렸고, 방송 뒤 KBS 공식 영상에도 두 사람의 공연이 공개됐다. 오래된 앨범 속 수록곡이 예능의 한 장면을 통해 다시 현재형 노래가 됐다.
흥미로운 건 이승기가 자신의 곡을 되찾았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불렀다는 사실과 더 널리 알려진 버전을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번 고백은 소유권을 따지는 비화보다 한 곡이 두 가수의 시간을 거쳐 어떻게 다른 의미를 얻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22년 전에는 부모를 바라보며 불렀고, 지금은 부모가 된 자리에서 다시 부른 ‘아버지’. 제목은 같지만 이승기의 목소리에 담긴 무게는 확실히 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