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꽃다발은 정작 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그의 여자친구 손에 들려 있었다. 방송인 이경실이 수십 년 전 조영남과 함께 ‘체험 삶의 현장’을 진행하던 시절, 녹화장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던 순간을 다시 꺼냈다. 26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으며 오래된 이야기는 웃음 섞인 후일담이 됐지만, 당시 상황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둘째를 임신 중이던 이경실은 여러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다고 했다. 제작진에게 쉬고 싶다는 뜻까지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미 속이 상한 상태였다. 그때 촬영장에 들어온 조영남이 불러 있는 배를 보고 “배가 점점 더 나온다, 터지겠다”는 취지의 말을 방청객과 스태프가 듣는 앞에서 크게 했다. 평소라면 넘겼을 농담도 그날만큼은 견디기 어려웠다.
이경실은 왜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을 창피하게 하느냐며 울음을 터뜨렸고, 한 번 시작된 눈물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객석에서도 조영남의 잘못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는 보이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반응해 상황을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임신과 과로로 힘든 동료의 상태를 헤아리지 못한 말이 얼마나 크게 꽂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뜻밖의 반전은 다음 녹화에서 나왔다. 당시 조영남과 함께 다니던 여자친구가 이경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미안해하니 기분을 풀어 달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직접 꽃을 들고 오지는 않았지만, 조영남에게는 처음으로 여성에게 건넨 꽃다발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사실까지 큰 목소리로 알렸고, 이경실도 결국 특유의 방식으로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번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 건 누가 더 재치 있었느냐가 아니라, 오래된 관계가 불편했던 순간까지 솔직하게 꺼낼 수 있을 만큼 이어졌다는 점이다. 농담은 말한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가 된다. 시간이 흘러 함께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됐어도, 그날 이경실의 울음이 먼저였다는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