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의 목소리가 런던 한복판에서 한국 미술 2000년을 안내한다. 이병헌은 10월 1일 영국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의 전시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화나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라 청동기와 불교 미술, 민화와 현대 작품 사이를 잇는 해설자로 관람객을 만나는 셈이다. 소속사를 통해 그는 전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하며 “런던에서 뵙겠다”고 짧은 인사도 전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함께 기획했다.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기념해 2022년 열렸던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바탕으로, 유럽 관람객에게 한국 시각문화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79건 164점,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은 15건이 소개된다. 영국박물관도 40여 년 만에 유럽에서 열리는 가장 폭넓은 한국 미술 연대기 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와 익살스러운 호랑이·까치가 등장하는 민화다. 오랜 시간 박물관 안에서 보존돼 온 유물이 최근 대중문화에서 다시 익숙해진 이미지와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점이 재미있다. 특히 까치와 호랑이 도상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해, 전통 미술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에게도 자연스러운 입구가 될 수 있다.
이병헌은 낮고 안정적인 발성과 세밀한 감정 표현으로 작품의 시대와 맥락을 풀어낼 예정이다. 화려한 홍보대사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관람 동선 속에서 실제로 반복해 들리는 목소리를 맡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2027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세계적인 박물관이 한국 문화의 2000년을 어떤 순서와 이야기로 재구성할지, 그리고 이병헌의 내레이션이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을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할지가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