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는 커지는데 먹을 시간은 늘 부족하다. 배우 김석훈이 코스트코의 대용량 상품 앞에서 한 말이 딱 그 상황을 찔렀다.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가 공개한 추석 특집 영상에서 그는 코스트코에 오면 미국에 온 것 같은 냄새가 난다며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양이 너무 많아 유통기한 안에 다 먹지 못한다며 “난 유통기한 지난 것만 먹는다”고 털어놨다. 절약과 과소비 사이에서 흔들리는 장보기 풍경을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든 셈이다.

그가 미국식 대형 마트에 유독 친근함을 느끼는 이유는 어린 시절로 이어졌다. 김석훈은 용산 미군부대 근처에서 자랐고 옆집에도 미국인이 살았다고 회상했다. 처음 사귄 친구도 미국인이었으며, 또래가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 올 때 자신은 햄버거를 가져가 친구들이 신기해했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당시 국내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치즈와 소시지, 아이스크림을 PX에서 접했고, 미국에서 건너온 구제 옷도 자연스럽게 입었다고 했다.

그래서 코스트코 장보기는 단순한 쇼핑보다 기억을 되짚는 시간에 가깝다. 미국에 가면 마트부터 찾아 하루 종일 구경할 정도였다는 말에는 어린 시절 익숙해진 냄새와 물건, 공간에 대한 향수가 묻어난다. 지금의 김석훈은 쓰레기와 소비 문제를 다루는 콘텐츠로 ‘쓰저씨’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대용량 매장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소비 욕구를 숨기지 않았다.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쇼핑 앞에서는 흔들린다는 솔직함이 장면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계산을 마친 뒤에도 그의 방식은 그대로였다. 제작진과 길에서 음식을 나누던 중 값을 깎아 달라는 말에 툭툭 불평하면서도 결국 핫도그 세 개 값만 받겠다고 했다. 많이 사고 남기는 문제를 말하면서도 함께 나눠 먹는 결말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난 것만 먹는다’는 표현은 방송 속 과장 섞인 고백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자연스럽다. 식품은 종류와 보관 상태가 다르니 실제 섭취 전에는 표시와 상태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영상의 웃음 포인트는 코스트코 추천 품목보다 김석훈의 모순 없는 모순이다. 적게 사고 오래 쓰자고 말하면서도 익숙한 미국식 마트에 들어서면 눈이 커지고, 대용량 때문에 곤란하다면서도 다시 장바구니를 채운다. 거창한 교훈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장보기의 함정을 자신의 추억과 함께 풀어냈기에 오래 남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