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마음에 남아 있던 연예인과의 짧은 기억이 SNS 댓글 하나로 뜻밖의 결말을 맞았다. DJ DOC 김창열에게 과거 사인을 요청했다가 욕설을 들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의 글에 김창열 본인이 직접 등장해 사과한 것이다. 긴 해명도 변명도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짧은 말과 친필 사인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22일 공개된 누리꾼의 게시물이었다. 글쓴이는 어린 시절 DJ DOC가 큰 인기를 누리던 때 관광 나이트클럽 공연장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아는 웨이터의 도움으로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다 무대를 마치고 나온 김창열에게 사인을 부탁했지만, 비키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들었다는 주장이었다. 실망한 그는 이후 좋아하던 팀을 R.ef로 바꿨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글쓴이는 최근 SNS에서 김창열을 봤다며 이 이야기가 본인에게 닿으면 사인 한 장과 함께 사과해 달라고 적었다. 게시물이 퍼지고 여러 이용자가 김창열의 계정을 태그하자 실제 답변이 도착했다. 김창열은 사과 댓글과 사인 사진으로 요청에 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을 향해 공개된 서운함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반응도 예상과 달리 빠르게 풀렸다. 글쓴이는 진짜 김창열이 맞느냐며 놀란 뒤 “30년의 한을 풀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사인과 사과를 직접 건넨 김창열을 두고 다시 팬이 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누가 더 옳았는지를 따지는 긴 공방 대신, 기억을 꺼낸 사람과 그 이름의 주인공이 온라인에서 바로 말을 주고받으며 마무리된 장면이었다.

1994년 DJ DOC로 데뷔한 김창열은 ‘머피의 법칙’, ‘겨울 이야기’, ‘DOC와 춤을’, ‘런 투 유’ 등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을 남겼다. 그만큼 한창 활동하던 시절 팬들이 간직한 기억도 많다. 이번 일은 30년 전 주장의 진위를 새로 입증한 사건이라기보다, 한 팬이 오래 간직한 서운함에 당사자가 지금의 방식으로 답한 사례에 가깝다.

한때는 연예인과 팬 사이에 그대로 묻혔을 법한 몇 초짜리 장면이 이제는 SNS를 통해 다시 당사자에게 도착한다. 그리고 때로는 거창한 설명보다 짧고 분명한 사과가 더 빠르게 관계를 바꾼다. 30년 묵은 사인 요청은 그렇게 뒤늦게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