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찍었던 최고 순위로 다시 돌아오는 데만 17주짜리 이야기가 쌓였다. 블랙핑크 제니와 호주 뮤지션 테임 임팔라가 함께한 ‘드라큘라’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5위를 기록했다. 앞서 세운 자체 최고 순위와 같은 자리다. 더 눈에 띄는 숫자는 연속성이다. 이 곡은 17주 연속 톱10을 지키며 제니가 전주에 세운 K팝 가수 최장 톱10 기록을 한 주 더 늘렸다.

출발부터 지금 모습이었던 곡은 아니다. ‘드라큘라’는 테임 임팔라의 솔로곡으로 먼저 공개됐고, 올해 2월 제니가 참여한 듀엣 버전이 나오면서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노래의 인상적인 구간이 반복 소비됐고, 차트에서도 천천히 위로 움직였다. 공개 직후 반짝 치고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청취 경로를 타고 생명력을 키운 역주행에 가깝다. 두 아티스트 모두 이 노래로 생애 첫 핫 100 톱10을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미국 라디오에서 확인된 힘은 더 구체적이다. 빌보드는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드라큘라’의 라디오 청취자 도달 규모를 6천260만 명으로 집계했다. 그 결과 모든 장르를 합산하는 ‘라디오 송즈’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댄스·일렉트로닉 송즈에서는 37주째, 록·얼터너티브 송즈에서는 19주째 정상을 지켰다. 팝, 록, 댄스의 경계를 한 곡이 동시에 넘고 있다는 뜻이다. 숏폼의 화제성이 라디오의 반복 재생으로 옮겨 붙으면서 순위가 오래 버틸 기반도 넓어졌다.

제니에게는 솔로 활동의 폭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블랙핑크의 익숙한 사운드 바깥에서 사이키델릭 팝을 대표하는 테임 임팔라와 만나도 목소리의 존재감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주 5위 재진입은 새로운 최고 기록을 만든 순간은 아니지만, 이미 만든 최고점을 다시 밟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어느 한 플랫폼의 유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기 흥행이 된 만큼 이제 관심은 톱10 연속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5위보다 높은 자리까지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을지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