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윤정의 아버지는 딸과 찍은 가족사진을 들킨 순간에도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집을 찾은 사람이 사진을 보고 장윤정 팬이냐고 묻자 팬카페 회원이라 둘러댔고,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어느새 ‘팬카페 회장’이 됐다. 웃음이 나는 일화지만 그 안에는 유명한 딸의 이름에 기대지 않으려 했던 아버지의 오래된 원칙이 담겨 있었다.

장윤정은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장공장장윤정’에 아버지와 함께한 영상을 공개했다. 추석에는 시댁에 가야 해 미리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평소 방송 노출을 꺼리는 아버지는 영상에서도 얼굴을 가린 채 등장했고, 마이크를 왜 차야 하느냐고 물을 만큼 카메라 앞이 낯선 모습이었다. 장윤정은 맛있는 것을 사드리겠다는 말로 어렵게 출연을 설득했다고 했다.

대화의 중심은 ‘장윤정 아빠로 사는 법’이었다. 아버지는 어디서도 먼저 자신을 장윤정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정체가 알려진 뒤 갑자기 대접이 달라졌을 때도 기분이 상해 다시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보인 태도가 아니라 딸의 유명세 때문에 생긴 호의라면 받지 않겠다는 자존심이었다.

반대로 피할 수 없는 부담도 있었다. 동네 팔순잔치에서 다른 사람들이 10만원을 낼 때 자신도 같은 금액을 내면 딸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돼 20만~30만원을 냈다고 했다. 그는 이를 농담처럼 ‘품위유지비’라고 불렀다. 장윤정 역시 남편 도경완이 경조사비를 낼 때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덧붙였다. 유명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선택 하나에도 시선이 붙는다는 얘기다.

이번 영상이 흥미로운 건 거창한 미담을 앞세우지 않아서다. 무뚝뚝한 딸과 무뚝뚝한 아버지가 식탁에서 주고받은 짧은 말 사이로, 서로를 보호하는 방식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버지는 딸의 이름을 숨기는 것으로 거리를 지켰고, 장윤정은 좀처럼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팬카페 회장’이라는 엉뚱한 변명은 그래서 웃기면서도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