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우와 같은 감독인데 인물의 방향은 완전히 뒤집혔다. 영화 ‘하얼빈’에서 나라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안중근을 연기했던 현빈이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국가 권력을 발판 삼아 부와 자리를 좇는 백기태로 두 시즌을 끌고 갔다. 시즌2 최종회가 지난 23일 공개되면서 특히 다시 눈에 들어온 건 대사보다 먼저 화면을 채우는 현빈의 달라진 체격이다.
현빈은 ‘하얼빈’ 때와 비교해 13~14kg가량 증량했다고 밝혔다. 안중근 역을 준비할 때는 근육을 줄여야 했지만, 중앙정보부 요원 백기태에게서는 조직의 힘과 위압감이 인물 자체에서 느껴지기를 바랐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덩치를 키운 것이 아니라 수트가 몸에 단단히 붙는 실루엣까지 캐릭터의 일부로 계산했다. 그가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가운데 가장 큰 몸을 가진 캐릭터라는 말도 이 변화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흥미로운 건 몸의 변화가 곧 선악의 대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우민호 감독과 현빈은 ‘하얼빈’에서는 절제된 얼굴과 마른 몸으로 신념을 보여줬고,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같은 얼굴에 욕망과 압박감을 입혔다. 현빈 역시 백기태를 단순한 악역으로만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잘못된 일을 하면서도 이해와 불편함이 동시에 생기는 복합적인 인물로 접근했기에, 커진 체격도 과시용 장식보다 백기태가 믿는 힘의 언어에 가깝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백기태는 중앙정보부 요원이면서 밀수업자로 이중생활을 하고, 검사 장건영과 집요하게 맞선다. 시즌2에서는 시간이 9년 흐른 뒤 더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것을 손에 넣고도 더 위를 바라보는 인물의 변화가 몸과 옷차림, 시선에까지 이어진 셈이다.
13~14kg이라는 숫자가 화제가 되기 쉽지만, 더 재미있는 지점은 현빈이 전작의 이미지를 지우지 않고 정반대의 인물을 세웠다는 데 있다. 나라를 위해 힘을 내려놓았던 얼굴이 이번에는 권력을 붙잡기 위해 몸집을 키웠다. 두 작품을 이어서 보면 배우의 체중 변화가 단순한 비하인드가 아니라 캐릭터를 설명하는 가장 빠른 장면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