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가 고나연의 성장 속도를 또렷하게 보여줬다. 65.58점이던 국제빙상경기연맹 공인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이 앙카라에서 70.21점으로 뛰었다. 한 번에 4.63점을 끌어올린 고나연은 2026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2위에 자리했다. 선두 오카다 메이의 74.27점과는 4.06점 차다.

출발부터 완벽했던 경기는 아니었다.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플립 점프에 롱 에지 판정이 붙었다. 큰 무대에서는 이 한 장면이 흐름을 흔들 수 있지만, 고나연은 다음 더블 악셀에서 수행점수 0.85점을 챙기며 빠르게 중심을 되찾았다. 이어 플라잉 카멜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4로 처리했다.

가장 선명한 반전은 후반부였다. 가산점 구간에 배치한 트리플 러츠를 깔끔하게 성공해 수행점수 1.85점을 더했고, 레이백 스핀과 스텝 시퀀스도 레벨4를 받았다. 마지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3이었다. 기술점수 41.65점과 예술점수 28.56점을 합친 결과가 70.21점이다. 실수가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 아쉬운 첫 점프 뒤 프로그램을 무너지지 않게 끌고 갔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39명 가운데 27번째로 빙판에 오른 고나연은 중국의 진슈셴이 기록한 68.11점에도 앞섰다. 지난 7월 국내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수 선발전에서 쇼트 67.48점, 최종 194.84점으로 우승했던 흐름을 국제무대 개인 최고점으로 연결한 셈이다.

이제 순위표는 프리스케이팅까지 이어진다. 쇼트 2위라는 출발은 분명 유리하지만 메달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첫 점프의 에지 판정을 얼마나 보완하고, 후반 러츠에서 보여준 안정감을 긴 프로그램 끝까지 유지하느냐가 다음 장면을 가를 포인트다. 70점 벽을 넘은 이번 쇼트가 한 경기의 반짝임인지, 새 기준점의 시작인지 확인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