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은지원의 명절 풍경은 북적이는 제사상보다 조용한 산소 방문에 가깝다. 재혼 후 그는 아내와 단둘이 부친의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을 없앤 것도, 예전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 것도 아니다. 어머니의 체력 부담은 덜고 추모의 마음은 이어가는 쪽으로 가족의 방식을 바꾼 셈이다.

이 이야기는 26일 방송 예정인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나왔다. 박서진이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바다에서 선상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출연진의 명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은지원이 다들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지 묻자 박현호는 어머니가 먼저 제사를 없앴다고 답했다. 이어 은지원은 자신의 어머니 역시 체력적으로 힘들어해 이제는 아내와 둘이 아버지 산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제사를 줄였다’는 결과보다 그 과정이다. 가족 구성원이 달라지고 부모가 나이 들면 명절의 역할도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은지원은 누군가에게 계속 큰 상을 준비하게 하는 대신 부부가 직접 움직이는 방식을 택했다. 형식은 간소해졌지만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은 남았다. 명절 노동을 줄이는 일과 가족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 반드시 반대편에 놓이지 않는다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내와 함께하는 결혼 생활의 소소한 변화도 전해졌다. 은지원은 장모가 명절마다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준다며 웃었고, 부친을 기리는 자리에는 아내가 동행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스타일리스트와 가까운 친지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올린 뒤, 방송에서 배우자와 함께 만든 일상을 조금씩 꺼내놓는 모습이다. 화려한 재혼 이야기보다 두 사람이 실제 가족의 일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번 방송의 중심은 박서진 부자의 선상제지만, 은지원의 짧은 고백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명절 의례를 누구에게 부담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내와 둘이 산소를 찾는 그의 답은 거창하지 않다. 가족의 사정에 맞춰 규모를 줄이고, 직접 움직이며, 기억해야 할 사람은 잊지 않는 것이다. 달라진 명절을 살아가는 많은 집에 꽤 현실적인 선택지로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