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서던 모델이 배구공을 토스하고,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정형외과 의사가 42.195㎞를 달린다.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에서 1만798명이 참가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는 경기복 밖의 삶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선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홍콩 여자배구 대표팀 세터 쑤언예퉁은 현직 모델이다. 중학생 때부터 배구와 모델 일을 함께 해왔고, 지난해에는 홍콩에서 열린 샤넬 봄 컬렉션 패션쇼에도 섰다. 화려한 런웨이와 빠른 판단이 필요한 코트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그는 지난 16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도 출전해 수비를 펼쳤다.
인도 남자 마라톤 대표 카르틱 자이라지 카르케라의 본업은 정형외과 의사다. 의학 공부를 위해 러시아에 머물던 시절 코로나19로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자 기숙사 근처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한 것이 국가대표까지 이어졌다. 인도로 돌아온 뒤에는 레지던트 근무와 훈련을 병행했고, 수면 시간을 쪼갠 끝에 2시간13분10초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인도 역대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홍콩 야구대표팀 내야수 후쯔퉁은 배우 겸 가수라는 또 다른 얼굴을 지녔다. 선수 생활 뒤 연예계로 옮겨 여러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다시 훈련을 시작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영화 촬영과 고강도 야구 훈련을 동시에 소화했고, 2010년 광저우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다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는다.
태국 승마 마장마술 대표 시리완나와리 나라랏타나 라차깐야 공주는 선수이자 패션 디자이너다. 2006년 도하 대회에는 배드민턴 선수로, 2014년 인천 대회에는 승마 선수로 출전한 경력이 있다. 이번에는 태국 선수단의 공식 단복까지 직접 디자인해 경기장 안팎을 동시에 책임졌다.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하는 홍콩 빠델 대표 천윙야우와 일본 대표팀 최연소인 초등학교 5학년 뿌요뿌요 선수 구리하라 유키도 눈길을 끈다. 메달 경쟁도 흥미롭지만, 일상과 훈련을 오가며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세계를 쌓아온 과정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